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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 바깥은 여름

Gray__ 2026. 3. 29. 18:42

 

'바깥은 여름'

 

유튜브에서 책 추천 쇼츠를 보다가 책을 소개하는 키워드들이 끌려서 바로 읽어봤다.

원래 문학 작품이랑은 철저히 담을 쌓아왔는데, 요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내 머리속을 진정 시키기에는 문학이 좋아보였다.

자기계발서는 정말 좋지만 읽으면서도 쉴새없이 머리를 돌려야 해서 요즘에는 손이 잘 안간다.

 

이 책은 챕터별로 전달하고 싶은 키워드들이 분명하다.

그래서 챕터별로 기록으로 남겨보면 좋을 것 같아서 각 장 마다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적어본다.

 

1장. 입동

“그랬다. 잠이 안 올 정도로 좋았다. 어딘가 가까스로 도착한 느낌. 중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 바깥으로 튕겨진 것도 아니라는 거대한 안도가 밀려왔다. 그런데 영우가 떠난 뒤 결국 그렇게 도착한 곳이 '여기였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비로소 정착했다고 안심한 곳이 허공이었구나 싶었다.”

 

오랜만에 읽은 문학에서 감정의 자극을 느꼈다.

마침내 이뤘다고 믿었던 인생의 목표가 예기치 못한 상실 하나로 빛을 잃고 무의미해지는 과정이 마음이 아팠다.

결국 그 공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그 안을 채우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먹먹하게 다가왔다.

 


2장. 노찬성과 에반

"할머니가 방바닥에 유리 테이프를 험하게 찍으며 "이 시부랄 놈의 개털, 끝이 없네!" 구시렁거렸다. 할머니가 꿈쩍 않자 다급해진 찬성은 결국 어떤 말을 내뱉고 말았는데, 그 말을 하고 본인도 깜짝 놀랐다. 그러비까 에반을....... 자기가 '책임'지겠다 한 거였다. 태어나 처음 해본 말이었다.

 

작은 아이가 인생에서 '책임'이라는 부분에 첫 발을 내딛게 된 상황이다.

찬성은 생명을 책임지기엔 어린 나이이지만 그 속에서 '미약한 성숙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 전개되는 과정에서 책임감과 개인의 욕심이 대립하는 장면도 꽤 인상적이다.

어린 아이도 이런 책임감을 가지고 반려동물을 대하는데 요즘 보이는 책임감 없이 쾌락으로만 대하는 어른들은 참... 할 말이 없다.


3장. 건너편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좋아. 잘될 거 같아. 사년 전에도 마지막이라고 말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도화야 조금만 기다려줘. 정말 딱 한번만. 내년 여름까지만 부탁할게.”

 

사랑의 끝이 어떻게 찾아오는가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취준과 취업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서로의 간극에 의해 서서히 사랑이 마모되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수의 변명은 간절하지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4장. 침묵의 미래

“눈 감기 전, 그는 자기 말을 알아듣는 누군가가 한 명쯤 곁에 있길 바랐다. 나이나 성, 직업 또는 성격은 상관없었다. 상대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번 장 '침묵의 미래'는 내용이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두 번 반복해서 읽었다.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사라지는 것도 많다. 이 장에서는 그것을 '언어'로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전 세계에는 약 600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에서 맞닥뜨리는 상황과, 그 속에서 가질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5장. 풍경의 쓸모

“두 눈을 가린 사람이 손끝 감각에 의지해 사물의 이름을 알아맞히듯, 아버지는 '선물'의 형식을 빌려 인생의 중요한 마디마디를 더듬고 기념하려 애썼다.”

 

가난 때문에 자식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진 못했지만, 자식이 커가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놓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을 느꼈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선물은 아니지만 아들의 인생에서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고, 아들이 아버지의 입장이 되었을 때 그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휴대전화 속 부고를 떠올리며 문득 유리 볼 속 겨울을 생각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도 고통 속에 갇혀 허우적대는 주인공 정우와, 세상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평범하고 활기차게 일상을 살아가는 대비가 잔인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시차'란 내가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의 온도와 타인이 느끼는 감정의 온도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6장. 가리는 손

“내일 엄마랑 그 할아버지 장례식에 가보지 않을래? 우리 아들, 죽은 사람한테 절하는 법은 알아? …. 여기 이렇게, 밥 먹는 손을 가리는거야.”

 

예의가 존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시점에서는 부끄러운 모습을 숨기기 위한 예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어린 아이가 의도했을지 몰랐던 가려진 손 뒤의 웃음이,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일치감찌 깨달았기 때문일까.


7장.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어쩌만 그 날, 그 시간,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게 뛰어든게 아니라 '삶'이 '삶'에게 뛰어든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당신을 보낸 뒤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편지를 읽은 후 남편의 다급했던 순간이 죽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생명(삶)을 향한 사랑이었다는걸 깨닫는 장면을 묘사한 문장이다. 복잡한 감정을 풀어내는 단어 선택 그 자체가 그냥 마음에 들었다.

 

 

 

바깥은 여름은 짧은 이야기 여러개로 구성된 단편 소설이고, 각 장에서 말하고 싶은 키워드들이 뚜렷했다.

특히 그 중에서 '상실감' 이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오래동안 남아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20대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도 했다.

 

이제 문학 작품과 조금 가까워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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